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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약초) 이야기/생강, 대추

생강(生薑) 효능 분석, 의학입문(醫學入門)을 중심으로.

 

쌍화탕 끓일 때 썼던 생강이다. 냉동실에 보관했다.

 

강삼조이(薑三棗二)의 원리에 따라 여러 처방에 생강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쌍화탕을 끓일 때도 생강은 들어간다. 생강의 효능은 생강 단독으로만 써도 나오지만 생강의 진정한 효과는 다른 약재와 배합될 때 나온다. 강삼조이처럼 생강과 대추를 배합해야 몸의 양기를 북돋으면서 비위를 보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면 생강을 그냥 빈 속에 먹으면 굉장히 속이 쓰리지만 대추를 섞어서 먹으면 속이 쓰리지 않으면서 생강의 효과는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초기 감기 때 집에 감기약은 없고 갈근탕, 삼소음, 패독산, 은교산 등 한약도 없으면 할 수 없다. 생강 2~3쪽에 물 100g 정도 넣고 끓여마셔야 한다. 아주 초기일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만큼 생강은 폐를 따뜻하게 보해주며 어느 정도 한기를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다만 과다 복용 시 비위를 상하게 하여 속 쓰림을 느끼게 한다.

사진은 저번에 생강을 잘라서 말린 다음에 냉동 보관한 생강을 그대로 썼다. 그 생강을 다듬는 과정은 아래 링크로 걸어뒀다.

 

2020/04/10 - [본초(약초) 이야기/생강] - 생강(生薑) 다듬기, 탕약을 끓이기 위한 준비과정

생강(生薑) 다듬기, 탕약을 끓이기 위한 준비과정

강삼조이薑三棗二라는 말이 있다. 보통 처방전을 공부할 때 처방에 당귀 ~돈, 맥문동 ~돈 이런 식으로 쓰여 있고 맨 뒤에 조그마하게 강삼조이薑三棗二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생..

herborigin.tistory.com

 

이번에는 의학입문이라는 책에서 생강의 효능을 설명하는 구절이 있어 이것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의학입문은 한의학 전공자라면 다 아는 굉장히 유명한 책이다. 명나라 시기 이천 선생이 집필한 책인데 후세방 공부하려면 한 번 보는 게 좋다. 말이 한 번이지 다 보려면 몇 천 페이지인지..

동의보감으로 유명한 허준 선생도 동의보감 집필할 때 제일 많이 참고한 서적이 의학입문이다. 동의보감 집필 후에 나온 후세방의 유명한 책이 하나 더 있는데 경악전서다. 본인 이름이 장경악인데 이름을 따서 경악전서라고 지었다. 동의보감에 없는 내용이 많으니 이것도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醫學入門

薑, 産後必用者, 以其能破血逐瘀也. 今人但知爲胃藥, 而不知其能通心肺也. 心氣通, 則一身之氣正而邪氣不能容, 故曰去穢惡, 通神明. 丹溪云, 留皮則冷, 去皮則熱. 非皮之性本冷也, 蓋留皮則行表而熱 去, 去皮則守中熱存耳.

 

薑, 産後必用者, 以其能破血逐瘀也.

생강이 산후에 반드시 써야 된다는 것은 그것이 능히 파혈축어하기 때문이다.

 

-> 산후조리할 때 생강을 꼭 써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파혈축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行血, 혈을 움직이고, 逐瘀, 어혈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산후에 산모는 몸에 어혈이 많은 상태이므로 어혈을 제거해야 하는데 생강은 어혈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산후조리 때 생강이 좋다는 말이다.

 

今人但知爲胃藥, 而不知其能通心肺也.

오늘날 사람들은 단지 생강이 위에 작용하는 약인줄로만 알고 생강이 능히 심폐를 통하게 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 명나라 시기(거의 400~500년전)에도 공부 안 하는 의사들이 많았나보다..ㅎ 생강이 비위에 작용하여 양기를 북돋워주는 줄로만 알지 심폐에 귀경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본초 관련 교과서를 여러 개 읽어도 생강의 귀경은 비위로 나와 있고 가끔 심폐에도 귀경한다정도로만 나와 있다. 이천 선생의 설명을 더 읽어보자.

 

心氣通, 則一身之氣正而邪氣不能容, 故曰去穢惡, 通神明.

심장의 기운을 통하게 한다는 것은 온몸의 기를 바르게 잡아주고 안 좋은 기운이 능히 몸에 받아들여질 수 없게 한다. 그러므로 안 좋은 것을 제거하고 신명을 통하게 한다.

 

-> 한의학적 생리관이 나온다. 오장에는 정서가 들어있다고 보는데 그중 심장에는 신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본다. 이것은 온몸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생강이 심장에 작용하여 심장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심장 기운을 통하게 한다.

 

丹溪云, 留皮則冷, 去皮則熱.

단계가 이르길, 생강 껍질을 같이 쓰면 차가운 성질이고 생강 껍질을 벗기면 뜨거운 기운이다.

 

-> 생강의 껍질을 남겼는지 여부에 따라 생강의 약성이 달라진다. 생강 껍질을 보통 다 제거하고 쓰는데 그러면 생강의 성질을 뜨거운 쪽으로 유지하여 몸을 덥힌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같이 쓰면 생강의 성질이 냉하다.

이천 선생이 의학입문을 저술할 때 단계~~ 이런 이름의 책을 인용하여 주단계가 썼다고 착각한 부분이 몇 부분 있다.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썼다. 의학의 대가인 이천 선생도 실수를 종종 하신다.

 

非皮之性本冷也, 蓋留皮則行表而熱去, 去皮則守中熱存耳.

껍질의 성질이 본래 냉한 것이 아니라 대개 껍질을 남기면 표表로 가서 열이 제거되며 껍질을 제거하면 가운데를 지켜 열이 남아있을 따름이다.

 

-> 껍질의 제거 유무에 따라 왜 생강의 성질이 변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껍질이 있으면 생강을 먹었을 때 생강의 껍질처럼 우리 몸의 껍질로 생강의 약성이 이동하여 열이 밖으로 다 날아간다. 껍질을 제거하면 껍질이 없고 알맹이만 남았으니까 우리 몸에 생강이 들어가면 몸속에 있어 열을 낸다는 말이다. 생강 껍질이 차서 그런 게 아니라 생강은 원래 뜨거운데 껍질이 있으면 껍질이 생강의 약성을 피부로 끌어올린다는 말이다.

좀 황당한 해석이다. 한의학 책 보면 이런 류의 설명이 많다. 껍질이 있으니까 껍질처럼 우리 몸 제일 껍데기인 피부로 작용한다! 이렇게 연관 지어 설명한다. 그런데 이건 그냥 옛날 사람도 작용 기전을 잘 몰라서 최대한 연결 지어 설명해보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런 설명 보고 황당하네.. 이렇게 생각하고 에라이 생강 안 써. 이러면 안 된다. 껍질의 존재 유무에 따라 작용하는 약성이 달라진 걸 확인만 하면 된다. 껍질의 성질이 냉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껍질을 진짜 먹여봤는데 성질이 찬 성질로 작용하지 않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확인할 것은 생강의 껍질 유무에 따라 어떤 약성을 띠는지만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