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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약초) 이야기/당귀, 천궁, 백작약

천궁(川芎), 효능, 성미, 귀경, 본초정의(本草正義)를 중심으로.

참새뇌처럼 생긴 천궁.

 

1. 본초정의(本草正義) 원문.

芎藭有紋如雀腦, 質强堅貫, 而性最疏通, 味薄氣雄, 功用專在氣分, 上升頭頂, 旁達肌膚, 一往直前, 走而不守. 考仲景方中用芎藭, 唯[金匱]婦人篇獨多, 其當歸芍藥散, 則曰懷妊腹中疼痛. 其當歸散, 則曰妊娠宜常服. 其白朮散, 則曰妊娠養胎. 皆不論寒熱虛實, 而渾渾然一方可以統治. 仲景必不若是之顢頇, 此當是傳寫有所脫佚. 惟膠艾湯, 溫經湯二方, 歸芎竝重, 以阿膠厚腻有餘, 恐其遲滯, 因以血中行氣者, 爲之疏通, 庶幾守者走者, 得互相調劑, 古方之於芎藭, 其用意自可想見.後人四物湯, 雖本於膠艾, 而僅取芎, 歸, 芍, 地四者, 謂爲婦科調血主劑, 終嫌籠統不切, 古人必無此渾沌治法. 近賢論四物, 已謂守者太守, 走者太走其說甚是. 戴九靈[丹溪傳], 已謂血虛發熱, 非芎, 歸辛溫所宜. 吳鞠通論産後卽朱丹溪之旨, 皆有卓見.

 


 

2. 본초정의(本草正義) 원문 - 해석- 해설

 

芎藭有紋如雀腦, 質强堅貫, 而性最疏通, 味薄氣雄, 功用專在氣分, 上升頭頂, 旁達肌膚, 一往直前, 走而不守.

천궁은 참새뇌 같이 생긴 무늬가 있으며 천궁의 질은 강하고 단단하며 돈꾸러미가 꿰어있는 것처럼 생겼다. 성질이 최고로 소통한다. 맛은 담박하고 기질은 수컷처럼 날아오르는 듯하다. 천궁의 공(효능)은 전적으로 기분氣分에 작용하며 머리로 상승하며 옆으로 작용할 때는 피부쪽으로 간다. 쭉 직진하며 달려나가기만 하지 멈추지 않는다.

 

-> 천궁이 참새뇌처럼 주름져 있다는 비유를 했다. 참새뇌를 직접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얼핏 보면 천궁이 뇌처럼 생기긴 했다.

천궁은 일반적으로 보하는 약이 아니라 일종의 기운을 돌려주는 행기제 종류다. 그래서 몸의 가운데에 작용하지 않고 여기저기 뻗어나간다. 머리, 피부 표면으로 뻗어나간다. 주이불수走而不守 라는 용어가 한의학에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멈추지 않고 달려나간다는 말이다. 보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考仲景方中用芎藭, 唯[金匱]婦人篇獨多, 其當歸芍藥散, 則曰懷妊腹中疼痛.

중경방에서 쓰는 천궁을 고찰해보면 거의 금궤요략의 부인편에서만 많이 보인다. 당귀작약산은 임신부의 배에서 동통이 느껴질 때 쓴다.

 

-> 장중경이라고 후한 시대의 명의다. 상한론, 금궤요략을 지은 사람이다. 금궤요략은 잡병을 주로 많이 다루는데 여기서 부인편이 있다. 거기에 당귀작약산이 소개되는데 이 처방에 천궁이 쓰인다.

당귀작약산

당귀 작약

천궁

백출 복령 택사

당귀작약산은 처방 이름대로 당귀, 작약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천궁이 추가되며 백출 복령 택사가 들어간다. 약 구성을 보면 비신양허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 신양이 허해서 비장을 덥혀주지 못 해 비양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진액이 운화되지 못해 온 몸에 체액이 저류되며 몸이 퉁퉁 붓는다. 따라서 일단 붓기가 생겼으므로 복령, 택사를 써서 수분을 배출함과 동시에 백출과 당귀로 간, 신, 비를 보한다. 아마 이 임산부는 평소 쌓인게 많아 울체된게 어느정도 있었을 것이므로 천궁을 넣었을 것이다. 또한 모두 다 따뜻한 약재이므로 혹시 열이 오르지 않을까 염려되어 작약을 넣었을 것이다.

其當歸散, 則曰妊娠宜常服. 其白朮散, 則曰妊娠養胎. 皆不論寒熱虛實, 而渾渾然一方可以統治.

당귀산은 임산부가 마땅히 자주 복용해야 한다. 백출산은 임산부가 태아를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이 처방들은 모두 한열허실을 불문하고 다 섞어서 한 처방으로 두루 치료할 수 있다.

 

-> 당귀작약산, 당귀산, 백출산은 임산부에 변증없이 그냥 써도 된다고 말한다. 아마 경증이거나 자세히 진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통치방처럼 막 써도 된다는 말인 것 같다.

仲景必不若是之顢頇, 此當是傳寫有所脫佚.

장중경은 반드시 이와 같은 얼간이가 아니므로 이것은 마땅히 이것이 전하여 내려올 때 탈락하고 없어지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 앞서 말한 당귀작약산, 당귀산, 백출산은 통치방으로 쓰면 안 된다는 말이다. 금궤요략이 중간에 실전되어 없어지고 후세에 뒤늦게 발견되어 편집 과정이 있었는데 어떤 멍청이가 임신부에게 이런 약을 통치방처럼 써도 된다고 기록했을 것이란 말이다. 장중경은 아마 변증을 자세히 하고 썼을 것이다.

惟膠艾湯, 溫經湯二方, 歸芎竝重, 以阿膠厚腻有餘, 恐其遲滯, 因以血中行氣者, 爲之疏通, 庶幾守者走者, 得互相調劑, 古方之於芎藭, 其用意自可想見.

오직 아교탕, 온경탕 2처방에 당귀와 천궁을 함께 같이 쓴 것은 아교가 기름지고 무거워서 아교로 인해 기의 흐름이 느려지고 기체가 될까 두려워 보혈약 중에 행기하는 약을 씀으로써 소통하고 바라건데 지키면서 달려자는 것으로 서로 함꼐 조절하는 약으로 작용하는 것이 고방에서 천궁에 있다. 그 쓰이는 뜻이 스스로 가이 바라건데 드러난다.

 

->아교탕, 온경탕에서 천궁이 같이 쓰이는 것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보음약(보약)은 기름기가 많아 소화기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참 많다. 예를 들어 아교, 당귀, 숙지황, 맥문동 등과 같은 것은 비장에 무리를 준다. 그래서 이 약재들은 설사하거나 손발이 붓거나 할 때 먹지 말라고 많이 권고한다. 굳이 이런 약을 이 상황에 꼭 써야 한다면 행기제를 꼭 첨가해줘야 하는데 진피, 천궁 같은 것이 해당된다. 온경탕은 일전에 맥문동을 자세히 공부할 때 리뷰했었다.

2020/04/25 - [본초(약초) 이야기/맥문동] - 맥문동(麥門冬), 효능, 성미, 본경소증(本經疏證)을 중심으로.

 

맥문동(麥門冬), 효능, 성미, 본경소증(本經疏證)을 중심으로.

본초신편에서 맥문동은 폐뿐만 아니라 심, 위장으로도 귀경이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맥문동이 폐를 보하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폐열증이면 왜 오줌이 잘 안 나오는지 상초와 폐의 연관성을 통해 멋지게 설명해..

herborigin.tistory.com

後人四物湯, 雖本於膠艾, 而僅取芎, 歸, 芍, 地四者, 謂爲婦科調血主劑, 終嫌籠統不切, 古人必無此渾沌治法.

후세 사람들이 사물탕을 쓸 때 비록 사물탕이 교애탕에 기초를 두고 겨우 천궁, 당귀, 작약, 숙지황 4가지만 가지고 부인과에서 혈을 조절하는 주약이 된다고 한다. 나중에는 이것이 의심되고 (처방이) 대충 만들어져 통일된 뜻이 절도있게 존재하지 않는다. 옛날 사람들은 반드시 이렇게 애매하게 (처방을) 섞어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지 않았다.

 

-> 사물탕은 기본적으로 교애탕에 기본을 두고 만들었다. 교애탕은 사물탕에 아교, 애엽을 넣은 것이다. 한 마디로 사물탕은 교애탕에서 아교, 애엽을 뺀 것이다. 부인과 논문을 보면 나름 변증했다고는 하는데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 뭐든 부인과 질환이면 사물탕을 베이스로 깔고 다른 약재를 가감한다. 사물탕이 보혈제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듯하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사물탕이어야만 할까.. 

近賢論四物, 已謂守者太守, 走者太走其說甚是.

근래 똑똑한 사람들은 사물탕을 논할 때, 이미 사물탕이 지킬 때는 너무 크게 지키고, 달려갈 때는 너무 많이 달려간다고 하는데 그 설명이 바로 이것이다.

 

-> 사물탕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말이다. 자세한 것은 다음 구절을 참고해보자.

戴九靈[丹溪傳], 已謂血虛發熱, 非芎, 歸辛溫所宜.

단계전이라는 책에서 이미 혈허발열에는 당귀와 천궁의 따뜻하고 매운 맛을 쓰는 바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 혈허로 인한 발열에 궁귀탕 쓰지 말라는 얘기다. 혈허로 인해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 없고 두통 있지만 얼굴이 화끈화끈할 때는 궁귀탕 쓰지 말라고 한다. 물론 사물탕에는 작약이 있어 천궁, 당귀만 쓰는 것보단 조금 낫다. (당귀작약산 같은 것)

吳鞠通論産後卽朱丹溪之旨, 皆有卓見.

오국통은 산후에 주단계의 취지를 논했는데 모두 뛰어난 견해다.

 

-> 음허발열이라는 것을 말한 주단계의 취지를 오국통이 설명했다는 말이다. 온병학에서 자세히 나온다. 아무튼 음허로 인해 생긴 발열에는 당귀, 천궁만 쓰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여기서는 산후조리, 임신준비 등에 궁귀탕을 쓰는 것처럼 나왔는데 가벼운 혈허증에 설사를 겸하지 않고 있다면 궁귀탕이 괜찮다. 내가 남자임에도 궁귀탕을 자주 먹는데 효과는 아주 좋다. 역대 의가들의 설명은 꼭 걸러서 들어야 한다.

 

의가들의 설명법
증상 -> 처방, 약재
실제 임상 진단
증상 -> 변증(진단) - > 처방, 약재

 

증상을 보고 약을 쓰는게 아니라 증상을 보고 진단을 해야 약을 고를 수 있다. 이거를 깨닫지 못하면 '어? 설사네? 설사엔 무슨 약이 좋더라? 지사제 쓸까?' 이렇게 되어 버린다. 설사를 하면 왜 설사를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어? 설사네? 감염으로 인한 설사인가?(실증) 소화기가 안 좋아서 그런건가?(허증) 실증이면 황백류를 써야겠다. 정로환 먹어야지. 허증이면 백출을 먹는 걸 고려해 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 같은 설사인데 아예 처방이 달라져 버린다. 이걸 모르면 약을 아예 반대로 써서 간독성이 생길 수도 있고 다른 부작용이 만만치않게 생긴다. 꼭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