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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서(醫書) 읽기/동의보감 잡병편 1권

동의보감 잡병편 - 심병(審病), 내경에서 말하는 병의 기전(內經病機)

이번 편을 공부하기에 앞서 먼저 일러두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편에서는 19병기라고 불리는 '증상 - 장부, 병의 원인' 배속을 살펴보는게 주된 것이다. 그런데 너무 짧고 축약되게 말을 하고 있어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다른 곳에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짧게 정리하는게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다른 책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19병기만 딱 떼어내서 상세히 주석을 단 책이 있다. 금원사대가로 유명한 유완소의 '소문현기원병식'이다. 유완소도 19병기를 설명할 때 19병기에서 빠진 말이 너무 많아서 19병기에다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다보니 거의 책 한 권이 되었다. 또한 주석을 많이 달아주셨는데 주석은 주역과 오행의 상생상극에 기반하고 있어 여간 알아듣기 힘든게 아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 책도 번역하고 해설을 달아 이 블로그에 꼭 올려보도록 하겠다.

 


黃帝曰, 願問病機何如. 岐伯曰, 諸風掉眩, 皆屬於肝. 

황제가 말하길 원컨데 병의 기전은 무엇과, 어떻게 같습니까? 기백이 답하여 말하길 모든 풍으로 인한 어지러움과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은 모두 간에 속한다.

 

-> 제풍도현 개속우간.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학교에서 19병기 다 외워서 시험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굳이 이걸 왜 외워야 하나 지금도 의아하다. 외울 필요가 없는 문장이다. 유완소도 이 구절만 가지고는 말을 만들 수가 없어 거의 구문을 다 뜯어고치다싶이 했으니..

아무튼 이 구절은 간음허로 인한 허열(虛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허열이 심해지면 풍이 된다. 풍의 양상은 어지럼증으로 나타난다. 이게 뭔지 궁금하면 다이어트 한약을 3달 정도 먹어보면 머리가 핑핑 도는게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 수 있다.

 

諸寒收引, 皆屬於腎.

한기로 인해 수축되고 당기는 것은 모두 신장에 속한다.

 

-> 차가운 기운이 신장으로 들어가면 신장의 양기가 꺼져 다른 장기를 덥힐 수 없게 된다. 비장, 간장, 심장, 폐 모두 제 기능을 못 한다.

 

諸氣賁鬱, 皆屬於肺.

모든 기가 억울되는 것은 모두 폐에 속한다.

 

-> 기가 억울되는 건 간이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19병기의 이 조문에서 언급하는 '기'라는 것을 호흡할 때 말하는 공기인 것 같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은 폐에 속한다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말을 안 해놔서 19병기를 외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諸濕腫滿, 皆屬於脾. 

모든 습과 붓고 그득한 것은 모두 비장에 속한다.

 

-> 비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진액을 운화할 수 없어 중초 근처에 습이 쌓여 몸이 붓는 것을 말한다.

 

諸熱𥉠瘈, 皆屬於火.

모든 열로 인해 미치고 팔짝 뛰고 경련이 이는 것은 모두 화에 속한다.

 

-> 허화든 실화든 열, 화는 머리 쪽으로 향한다. 화로 인해 몸이 덥고 어쩔 줄 모르는 현상이다.

 

諸痛痒瘡, 皆屬於心. 

모든 통증, 가려움, 종창은 모두 심장에 속한다.

 

-> 피부에 있는 통증, 가려움은 다 그런건 아닌데 보통 허혈, 어혈과 관계된 일이 많다. 심장은 혈을 주관하므로 이러한 것들이 심장에 속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고 천왕보심단, 귀비탕을 아토피 같은 증상에 쓰라는건 아니다.

 

諸厥固泄, 皆屬於下. 

모든 궐, 배설이 굳는 것은 모두 아래(하초)에 속한다.

 

-> 손발이 차고 저리고 대변이 안 나가거나 소변이 안 나가는 것은 아래에 속한다고 했다. 신장의 양기가 허쇠하여 비장을 덥혀주지 못 해 손발이 궐냉하고 대소변이 원활하지 못 하다.

 

諸痿喘嘔, 皆屬於上. 

모든 마름, 천식, 구토는 모두 위(상초)에 속한다.

 

-> 폐위증, 위한(胃寒)으로 인한 구토, 폐허(肺虛)로 인한 숨 헐떡거림은 폐, 위에서 비롯한다.

 

諸禁鼓慄, 如喪神守, 皆屬於火. 

모든 구금(이 악다물기), 덜덜 떠는 것이 정신(神)을 지키는 것을 하지 못 한 것과 같은 것은 모두 화에 속한다.

 

-> 전형적인 신경계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것을 진액 부족, 허화로 분류하고 원인을 찾아본다. 일단 급하면 우황청심환 쓰고 천천히 생각한다.

 

諸痙項强, 皆屬於濕.

모든 경련, 뒷 목이 뻣뻣해지는 것은 모두 습에 속한다.

 

-> 비장 기능의 이상으로 전신에 진액이 제대로 수포되지 못 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이것 말고도 눈이 뻑뻑해지는 증상이 있다. 이게 뭔지 궁금하면 야간 상하차 알바를 5일정도 하면서 낮에도 투잡을 뛰면 바로 이런 증상이 온다.

 

諸逆衝上, 皆屬於火.

모든 구역과 상충감은 모두 화에 속한다.

 

-> 토할 것 같으면서 아랫배에서 머리 쪽으로 무언가 확 치받는 느낌이 있다. 동계라는 증상인데 상한론에도 자세히 언급된다. 보통 영계감조탕, 계지가계탕 등을 변증에 맞춰 쓴다. 단순히 화에 속한다~ 라고 넘어가기엔 너무 간결하게 문장이 끝난다.

 

諸腹脹大, 皆屬於熱. 

모든 배가 커지는 것은 모두 열에 속한다.

 

->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신음허로 인해 신장의 양기가 과도하게 새어나와 비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 하는 경우를 말한다. 진액이 중초에 저류되어 배가 빵빵하다.

 

諸躁狂越, 皆屬於火.

모든 번조, 광은 모두 화에 속한다.

 

-> 미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은 화로 인한 것이다. 간음허, 신음허, 비음허 등으로 인한 허열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諸暴强直, 皆屬於風. 

모든 갑자기 강력하게 경직되는 것은 모두 풍에 속한다.

 

-> 간음허로 인한 허열로 풍이 생긴 경우다. 전신에 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諸病有聲, 鼓之如鼓, 皆屬於熱.  

모든 병에 걸려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둥둥' 소리가 나는 것은 열에 속한다.

 

-> 아파서 환자가 입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諸病胕腫, 疼痠驚駭, 皆屬於火. 

모든 병에 부종, 동통, 시큰거림,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는 것은 모두 화에 속한다.

 

-> 실열로 인해 비장, 신장, 간장, 심장이 모두 손상받아 생기는 현상이다. 비장이 제 기능을 못 해 진액이 저류되어 부종이 생기고 습이 관절에 쌓여 시큰거린다. 피부에서는 위기(衛氣)와 사기(邪氣)가 싸워 피부가 아프다. 심장이 손상받아 심음허가 되어 자꾸 깜짝깜짝 놀란다.

 

諸轉反戾, 水液渾濁, 皆屬於熱. 

모든 뒤틀림, 몸이 뒤집어지고 굽는 것, 수액이 혼탁한 것은 모두 열에 속한다.

 

-> 소변이 혼탁하고 노랗게 보이면 일단 열증이다. 몸이 뒤틀리고 뒤집어지는 것은 진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인은 다른 증상을 더 관찰해봐야 한다.

 

諸病水液, 澄澈淸冷, 皆屬於寒. 

모든 병에서 수액이 맑고 투명해보이는 것은 모두 한에 속한다.

 

-> 소변이 맑으면 일단 한(寒)증에 배속한다.

 

諸嘔吐酸, 暴注下迫, 皆屬於熱. 註云, 心盛則生熱, 腎盛則生寒. 腎虛則寒動於中, 心虛則熱收於內. 又熱不得寒, 是無火也. 寒不得熱, 是無水也. 夫寒之不寒, 責其無水, 熱之不熱, 責其無火. 熱之無久, 責心之虛, 寒之無久, 責腎之少. <內經>

모든 신 것을 구토하고 갑자기 설사를 쏟아내고 뒤가 막힌 듯한 것은 모두 열에 속한다. 주석에서 이르길 심장이 성하면 열이 생기고 신장이 성하면 한이 생긴다. 신장이 허하면 한이 가운데서 움직이고 심장이 허하면 열이 안에 모인다. 또한 열이 한을 얻지 못 하면 이는 무화(無火), 불이 없는 것이다. 한이 열을 얻지 못 하는 것은 무수(無水), 물이 없는 것이다. 대개 차가워도 차갑지 않으면 그것은 물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뜨거워도 뜨겁지 않은 것은 그것은 불이 없기 때문이다. 뜨겁게 해도 오래 뜨겁지 않으면 이것은 심장이 허하기 때문이고 차갑게 해도 오래 차갑지 않으면 이는 신장이 허하기 때문이다.

 

-> 심장 - 신장의 수승화강(水昇火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장의 한(寒)이라는 것은 신장의 물 기운을 말한다. 신장의 물은 심장으로 올라가 심장의 불을 식혀주고 심장의 불은 신장으로 내려와 신장의 물이 너무 차가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것이 제대로 되어야 인체가 제대로 동작한다. 이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제대로 안 되면 불면증이 오는 경우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