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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서(醫書) 읽기/허임의 침구경험방

침구경험방(鍼灸經驗方) - 귀 부분(耳部)

耳屬腎, 左主氣, 右主血. 耳塞噪者九竅不通. ○又曰心主竅, 心氣通耳, 氣通於腎故心病則耳噪而鳴, 不能聽遠聲.

귀는 신장에 속한다. 왼쪽 귀는 기를 주관하며 오른쪽 귀는 혈을 주관한다. 귀가 막히고 들리지 않는 자는 아홉 구멍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또 말하길 심장이 구멍을 주관한다고 했다. 심장의 기운은 귀에 통하니 기가 귀에 통하면 신장에도 통하게 된다. 그러므로 심장에 병이 생기면 귀가 안 들리고 이명이 생기며 멀리서 나는 소리가 들릴 수가 없다.

 

-> 귀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오장은 얼굴에 있는 기관과 연결되어 있다. 귀 - 신장, 눈 - 간장, 코 - 폐, 입 - 비장이다. 귀가 막히고 들리지 않는 자는 아홉 구멍이 막혀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 때 아홉 구멍은 눈 2개, 귀 2개, 코 2개, 입 1개, 오줌, 똥 나오는 구멍 각각 1개씩 해서 9개 구멍이다. 이 구멍이 실제로 막혔다는게 아니라 이 구멍과 관계된 오장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이해하면 된다.

귀는 신장에 속한다는 사람도 있고 심장에 속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둘 다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귀는 신장에 속하는게 맞는데 심장 - 신장 사이에 이뤄지는 수화(水火)의 상호작용 때문에 귀는 신장, 심장과 모두 관련되어 있다. 심장의 불 기운은 신장에서 올라오는 물 기운에 의해 식게 되고 신장의 물은 심장에서 오는 불 기운에 의해 덥혀지게 된다.

이명의 원인 현대 의학으로 치면 삼출성, 화농성, 이구전색 등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는데 그렇게 세세히 나눠봐야 한의학적으로는 별 의미없다. 어차피 그렇게 KCD로 구분해도 다시 한의학적으로 변증해서 약 처방하고 침 치료하니까 진단할 때 KCD명 붙일 이유는 없다. 환자한테 티칭하거나 진료기록서에 기록할 때 필요하고 논문 볼 때, 타과 의사와 소통할 때 필요하니까 KCD로 나눠서 이름 붙이는 거지 한의학 치료할 때는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耳鳴不能聽遠心兪, 三十壯.

이명으로 멀리 있는 소리를 못 들을 때는 심수에 30장 뜸을 떠라.

 

-> 심신상교가 이뤄지지 않아 심장->신장->귀 순으로 문제가 생긴 경우다. 심허로 인해 이명이 들리는 경우일 때는 심수에 뜸을 뜬다.

 

耳痛耳鳴(以葦筒長五寸切斷, 一頭揷耳孔, 以泥糆密封于筒之四畔而外出筒頭, 安艾灸七壯, 左取右右取左.)

귀에 통증이 있고 이명이 들리는 경우. 갈대로 만든 5촌 길이의 대롱을 절단하여 한 쪽 끝을 귓구멍에 꼽는다. 밀가루 덩어리로 대롱의 가장자리 경계부를 밀봉하고 밀가루 덩어리 밖으로 나온 대롱 끝 부분에 이에 쑥뜸 7장을 뜬다. 왼쪽이 아프면 오른쪽에 시술하고 오른쪽이 아프면 왼쪽에 시행한다.

 

-> 귀에 뜸뜨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심수, 신수를 직접 자침하거나 뜸뜨기보다는 급한 경우에 귀 자체에 뜸을 뜨는 경우로 생각하면 된다. 머리가 아플 때 보통 손, 발의 6개 양경(陽經)을 사(瀉)하지만 급하면 백회를 사(瀉)하는 경우와 같은 원리다.

 

又方取蒼朮, 以四稜鐵肖, 穿孔如竹筒, 一如前葦筒法, 灸三七壯, 有大效.

또 다른 처방으로는 창출을 취하고 네모진 송곳같은 것으로 대나무 대롱과 같이 구멍을 뚫어 앞서 제시한 대나무 대롱과 같은 방법과 같이 뜸을 37장 뜨면 큰 효과가 있다.

 

-> 앞에 제시된 방법과 다른 점은 뜸을 뜨는 것과 동시에 창출도 같은 쓴 것이다.

 

耳聾(先刺百會, 次刺合谷, 腕骨, 中渚, 後谿, 下三里, 絶骨, 崑崙, 並久留鍼, 腎兪二七壯至隨年壯.)

이롱에는 먼저 백회를 자침하고 그 후 합곡, 완골, 중저, 후계, 족삼리, 절골, 곤륜혈에 자침한다. 또한 오래도록 유침하고 신수혈에 (27장~나이)만큼 뜸을 뜬다.

 

-> 귀 파트에서 제일 중요한 취혈법이 나왔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때 어떤 혈에 침을 놔야하는지 쭉 열거되어 있다. 이대로 침놓는거 외워봐야 별 소용이 없다. 원리를 알아야 이해가 되고 응용도 된다.

 

백회는 모든 양기가 모이는 머리에서 순간적으로 머리의 양기를 흩어버릴 수 있는 혈이다. 합곡은 수양명대장경의 원혈로써 막힌 기를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완골은 수태양소장경에 속한다. 중저혈은 수소양삼초경에 속하고 수혈에 속한다. 후계는 수태양소장경에 속하며 수혈에 속한다. 족삼리는 족양명위경에 속하고 비위를 보한다. 절골은 양보혈의 다른 이름이다. 족소양담경에 속하며 경혈에 속한다. 곤륜은 족태양방광경으로 경혈에 속한다.

 

혈 자리 소속
합곡 수양명대장경, 원혈
완골 수태양소장경, 원혈
중저 수소양삼초경, 수혈
후계 수태양소장경, 수혈
족삼리 족양명위경, 합혈, 자성혈
절골(양보) 족소양담경, 경혈
곤륜 족태양방광경, 경혈

 

합곡 - 완골 혈의 조합을 우선 관찰해야 한다. 합곡은 수양명대장경에 속해 있다. 수양명대장경은 손에서 머리로 향하는 경락 유주를 가지고 있다. 이 때 뺨을 통해 아래 이빨로 들어가며 입을 끼고 올라가 인중에서 교차하여 귓구멍을 끼고 순행한다. 수태양소장경은 팔로부터 시작해 머리 방향으로 주행하며 아예 귓구멍으로 꼭 들어가는 경락 유주를 가지고 있다. 즉, 귓구멍에 직접 작용하는 수양명대장경, 수태양소장경을 자극하기로 허임은 생각한 것이며 이들 경맥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내는 원혈인 합곡, 완골을 취혈하기로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후계는 수태양소장경에 속해 있고 수태양소장경은 귀로 직접 주행한다. 수혈은 아프고 저린 것을 치료하는 혈이다. 따라서 귀에 직접 작용하는 수태양소장경을 고르고 그 경맥에서 아픈 것을 치료하는 수혈인 후계를 고른 것이다.

중저는 수소양삼초경에 속해 있고 이 경맥 또한 귀 주위로 주행한다. 후계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수소양삼초경의 수혈인 중저를 골랐다. 후계, 중저를 고른 것으로 보아 귀가 잘 안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귀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상태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절골(양보)혈은 족소양담경에 속한다. 아마, 귀 근처를 주행하는 족소양담경은 수소양삼초경과 비슷한 이유로 고른 것 같다. 귀가 아픔과 동시에 열감이 느껴지므로 족소양담경 중에서 경혈을 선택하여 열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절골(양보)혈을 선택했다.

곤륜혈은 귀는 심장, 신장과 관계되므로 신장, 심장과 연결되는 방광경을 선택하고 간접적으로 신장, 심장의 열을 빼기 위해 경혈을 골랐기에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족삼리는 나머지 선택한 경혈이 모두 양경(陽經)에 위치해 기를 통하게 하고 열을 꺼주는 등 기가 소모되는 방향이므로 혹시 부작용이 일어날까 염려되어 선택했다고 생각된다.

즉, 정리하자면 합곡 - 완골, 후계 - 중저, 양보 - 곤륜, 족삼리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 합곡 - 완골
  • 귀에 작용하는 경맥의 원혈. 강력하게 귀로 가는 기를 자극해서 귀가 뚫리도록 함

 

  • 후계 - 중저
  • 귀에 직접 작용하거나 근처를 주행하는 경맥의 수혈. 귀가 아픈 것을 치료함

 

  • 양보 - 곤륜
  • 귀에 직접 작용하는 경맥을 선택하여 귀 근처의 열을 제거, 귀와 관계된 장부의 열을 간접적으로 제거